7/14/2010

일제고사

곧 방학입니다.
학교 다닐때 가장 기다리던 그 여름방학입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겨울방학이 더 좋았습니다.
왜냐면 여름방학보다 조금 더 길었고 쉽게 배낭을 꾸려 어디를 가도 사람들에 치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학 전에는 기말고사라는 커다란 짐이 있지요.
3~4일 만에 10여 과목을 치뤄야 하는 전쟁.
그 전쟁의 승패에는 관계없이 방학은 시작되지만,
그 전쟁의 포화속에서 살아 남아야 해피한 방학을 누릴 자유가 주어지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하던 그때보다 요즘 아이들은 더 불행해 보입니다.
신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그때보다 몇배 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지치고 피폐되어 있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웬만하면 초등학교때부터 일주일에 학원 3-4개 다니는게 기본입니다.
아이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코앞인데도 일제고사라는 또 다른 전쟁터가 도사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시험보는 기계인가요?
그렇다고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현장학습을 신청하면 무단결석 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등상보다 쉽게 얻을수 있는 개근상을 못받게되겠죠.
그런데 그 개근상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그래서 그 부모들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답시고 죽어라 공부를 강요하나요?
제가 보기에는 공부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직장 이런것 또한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유아기부터 억압과 복종을 강요당하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과연 성장해서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주입식 학습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것과,
스스로 개척하여 자유로움을 찾고 편하게 사는 것 사이에는 분명 trade-off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일제고사를 거부하더라도 스스로 그에 상응하는 어떤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씩 두려움없는 자유를 향해 내딛는 용기 있는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전 일제고사를 반대합니다.

라거 맥주의 원조 필스너우르켈을 찾아서.. Plze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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