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2011

아빠와 숲 체험

유치원에서 '아빠와 숲 체험' 활동을 한다는 안내문을 보내왔다.
대부분의 참여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하지만 거의 다 엄마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다보니 참석은 하지만 아직도 쑥스러운건 사실이다.
그런데 마침 아빠와의 활동이란다. 아싸~

신청서를 읽어보고 바로 싸인해주고는 '재밌게 놀자~' 라고 했는데 아들 표정이 영 시덥잖다. 왜 그런지를 물어봤더니 이번주말은 '엄마와 숲 체험'이 있는데 신청서를 일부러 안가져왔다고 한다.
내가 해줄말이 없어서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봤더니 아들이 한마디 한다.

"괜찮아. 난 엄마없으니까 거긴 참석 안해도되. 대신 아빠랑 같이 놀면되잖아~"
활짝 웃어주는 아들. 부쩍 커버린 생각.
난 그 웃음의 의미를 아직 모르겠지만 고맙다. 그리고 또 미안하다.

9/26/2011

[음악] 새날

누구에게나 새날이 온다.
어제도 새날이였고 오늘도 새날이다.
그리고 다가올 내일도 새날이다. 하지만 단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로 살뿐, 새날이 새날인지 모른다.
오늘만이라도 아름다운 새날을 뜨겁게 맞이해보자. 두팔 가득, 가득~ 벌리고 말이다.

새날이 올거야. 
어여쁜 날개짓.
그 푸른 잎사귀를 물고.
나의 가난한 마음에 날아와 안길..
새날.

9/23/2011

저금통

마루바닥에 저금통이 뒹굴고 있다. 밑뚜껑이 따져있고 구겨진 만원, 천원, 동전들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도둑은 아닌거 같고 아들이 또 저금통에 손을댄 것 같다.
지난번에도 친구가 놀러왔다고 저금통에서 만원을 꺼내들고 300m 떨어진 문방구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카드를 친구에게 사준적이 있었다. 친구에게 선물하는 마음 씀씀이는 예쁘다고 했지만 큰길을 건너야하는 상황과 아무리 자기꺼라해도 저금통을 함부로 열고 마음대로 돈을 쓴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설명해줬더니 다음부터는 안한다고 했었는데 또 그런것같다.
이런 경우는 어찌해야 할까?
따끔하게 야단을 쳐서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해야하는지 아니면 부드럽게 설명을 해주고 스스로 하지않도록 유도해야 하는게 맞는것인지 고민스럽다.

아무튼 어지럽혀진 바닥을 치우고 저금통에 다시 지폐와 동전을 넣다보니 한쪽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오천원, 천원권이 있다. 다른 지폐는 저금통 입구가 작아 넣을때 구겨졌는데 이것들은 구겨지지 않았다.
무슨 돈일까? 지폐사이를 보니 영수증 한장이 있다. 더위사냥 600원!!
영수증을 보니 상황이 대충 그려졌다.
친구가 놀러왔고 아이스크림 먹자는 말에 냉장고를 봤는데 아이스크림이 없으니 '내가 사줄께'라고 호탕하게 말하고는 저금통에서 만원짜리 한장 꺼내 길건너 마트에 가서 더위사냥 하나를 사고 둘이 나눠먹은거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더위사냥이다. 이건 둘로 쪼개지는데 친한사람한테만 반을 나눠주는 특별한 것.
기특하기는 하지만 아빠와의 약속을 안지킨것은 살짝 야단맞아야 할듯..^^

9/22/2011

빛바랜 사진 한장

앨범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들에 눈길이 머문다.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은 사진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온만큼의 시간은 그곳에 남아있는듯하다.
사진을 볼때 조금 특이한 나의 버릇이 있는데 그건 사진속에 있는 나를 보는것보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는것이다.
가끔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와 함께 그 공간에 머물렀던 그 누군가가 찍어줬던 그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사진속의 나는 앞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활짝 웃기도하고 찡그리기도했다. 누구였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었지? 어떤 기분이였을까?
정확한 기억을 끄집어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며 오래된 사진을 한장한장 넘기다보면 과거의 추억 언저리가 만져지는듯 하여 좋다.

그런 느낌도 좋지만 그보다 더 기쁜일이 한가지 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은, 버려야 하지만 차마 버릴수없는 사진들을 아주 우연찮게 만나게되는 일이다.
접착식 앨범이 아니라 포켓식 앨범이라면 더 가능성이 높다. 전면 사진에 가려져있는 숨겨진 사진을 발견할때 느끼는 황홀한 기분은 아마 느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오늘. 한장의 빛바랜 사진을 찾았다. 1990년대 프랑스 어디쯤에선가 활짝 웃으며 함께 찍었던 사진을..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 내 머릿속에선,
'가만있자.. 찍어준 사람이 누구였더라...'

▶▶ 1992년 '인구'에서..

9/21/2011

동백 맛집. <한나 낙지마당>

용인 동백동 주민센터 1층에 위치한 한나 낙지마당.
무교동낙지나 실비집같은 기존의 낙지볶음과는 느낌이 다른, 맛이 다른 낙지볶음을 전문으로 한다. 가격은 8k/인
낙지찜과 낙지해물찜도 있는데 낙지뿐 아니라 소라, 미더덕, 새우, 조개와 같은 해산물도 적당히 들어있어 좋다. 양에 비해 가격은 저렴. 29k/39k(중/대)
국물요리를 원한다면 모시조개 육수로 우려낸 시원한 연포탕이나 전골도 좋다. 가격 15k/인

낙지를 가을보양식이라고 했던가! 축늘어진 소도 낙지한마리를 먹으면 벌떡일어난다는 말처럼. 이 가을 매콤한 낙지먹고 힘내보자. 아자!

▶▶ 한나 낙지마당 <낙지찜>

9/20/2011

장수풍뎅이

작년에 유치원에서 장수풍뎅이 유충을 가져왔다. 과학교재에 딸려온것이다보니 대부분의 유충이 변태를 하기도 전에 쓸쓸히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장수풍뎅이 성충을 꼭 봐야 한다고해서 집도 늘려주고 톱밥도 다시 깔아주고 적당한 물을 주면서 습도도 유지했다.
몇 주일이 지나고나자 하얗던 유충이 점점 갈색으로 변해가더니 어느날 번데기로 변했다. 번데기에서 성충이되려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하루 하루 지켜보는 녀석 덕분에 나도 함께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번데기의 껍질이 갈라지면서 안에서 무언가 꾸물꾸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탈피를 한 장수풍뎅이 덕분에 며칠동안 즐거워했다.
여느날과 다름없던 어느 아침.
장수풍뎅이 집을 보니 텅비어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다행히 베란다 화분에 녀석이 숨어있다. 잡아서 집에 다시 넣어주고 날아서 밖에 못나오게 뚜껑을 닫았다.
그렇게 과일이며 젤리를 먹고 잘 자라던 장수풍뎅이가 어느날 아침 또 안보였다. 베란다에 있겠지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구석구석 다 뒤지고 화분이며 창고며 다 찾았지만 없다.
며칠을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아들에게 풍뎅이가 숲에서 살고싶어서 날라갔다고, 친구들도 있고 더 넓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갔다고 말해주었다.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잊혀진 장수풍뎅이였는데 엊그제 창고를 정리하다보니 무언가 검정색 커다란녀석이 툭 떨어진다.
들여다보니 먼지를 한가득 뒤집어쓴 채 작년에 사라졌던 장수풍뎅이가 거기 있는게 아닌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일년동안 아무 먹을것도 없이 살아있기를 바란 내가 잘못이지만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숲에서 친구들과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녀석에게 선뜻 보여줄 맘이 안생긴다. 그래서 사진 한장 남겼는데 아직 살아있는 느낌 그대로다.

사진을 찍다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잊혀져버린, 살아있는 박제가 되버린건 아닐까...

9/19/2011

절연(節煙)

20년간 장기복용하던 담배를 이제는 조금 멀리 보내려한다.
누군가 그러더군.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참는거라고.. 그만큼 어려운일이라는 의미겠지.
그래 그럼 나도 금연(禁煙)이 아니라 절연(節煙)을 해보자.
금연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안되니말이다. 절연! 난 절연~ing이다.

팬티

건강을 위해서는 피부호흡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집에 있는 시간동안에는 팬티를 벗어버리고 헐렁한 실내복을 입고 있다. 내가 속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는 남들이 알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어딘가 행동거지가 불편하고 어색한건 사실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일주일정도가 지나고나니 이 상태가 그렇게 편할수가 없다. 아직 외부에 나갈때면 팬티를 챙겨입지만, 벗어던진 습관이 며칠 안되었는데도 귀찮고 답답한 느낌이다.
이러다 어느날부터 외부에 나갈때도 팬티를 벗어두고 나가게 되는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세상도 이런게 아닐까 싶다. 조금만 바뀌어도 편해질텐데 의식하지 못한채 오래된 습관처럼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고정관념들.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궁금하지도 않은채 그냥 그렇게 따르고 있는 모습들.
이제는 이렇게 쓸데없이 가식적인것들을 벗어던지고 더 나은것을 위해 살아보는건 어떨까? 지금 당장말이다.

9/16/2011

배드민턴

헬스장 연간회원권을 끊고 다니다가 교통사고 덕분에 weight traning을 못하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운동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꾸준히 나를 괴롭혀왔다.
그래서인지 가끔 무슨 강박관념처럼 '운동해야 되는데..' 혼자서 중얼거릴때도 있었다.
그러다 동네 뒷산에 한두시간씩 다니기도 했지만 그것도 시간 내기가 녹녹치 않아 자주 실천하지를 못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라도 해야될거 같아서 줄넘기 좋은걸로 하나 장만해서 해봤지만 마음만 청춘인지 채 100개를 넘지 못하고 자꾸 걸리니 이것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운동이란게 원래 자신과의 싸움이라지만 혼자서 운동을 하려하니 심심하기도하고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
그러던 중 배드민턴을 하게되었다. 아직은 장난스럽게 치는거지만 그래도 상대방과 같이 호흡하면서 운동을 한다는게 좋다. 1시간정도 치고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걸보니 운동효과도 상당하다.
어차피 이래저래 핑계로 안하게되는 운동. 하지만 누구나 해야된다는 의무감으로하는 운동.
집앞에서도 간단하게 할수 있는 배드민턴을 치면서 건강을 챙겨보는건 어떨까?

[음악] 공주님

동요같은 서정적인 가사지만 듣다보면 은근히 중독되는 노래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려보던 공주를 기대하겠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전사'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테고,
누군가에게는 다가갈수도 없을만큼 간절한 공주겠지만 현실에서는 '무수리'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게다.

자~ 오늘 하루. 스스로 사랑하며 '나는 공주다'라고, 혹은 '나는 왕자다'라는 마음으로 살아보는건 어떨까!

9/14/2011

[요리] 사천 짜장면

명절에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가 더부룩하다. 아니 느낌만 그렇다.
왜냐하면 우리는 제사를 지내지 않아 기름진 음식을 많이 준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는 배고플 여유없이 끊임없이 먹는다. 삼시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중간중간에 잡채, 전, 송편과 과일같은걸 먹는다. 그러다보니 늘상 배가 부른게 사실이다.
그래서 명절이 끝날즈음 깔끔하고 매콤한게 땡겼고, 생각나는게 사천짜장이였다.
짜장이라 기름 많고 느끼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기름을 최소화하여 만들기 때문에 뒷맛이 깔끔한게 괜찮았다.

[재료] 양파, 감자, 양배추, 마늘, 돼지고기, 고추기름, 올리브유, 고추가루, 춘장, 우동면

[Tips]
1. 돼지고기를 잘게썰어 바삭하게 튀겨주면 식감이 더 좋다.
2. 팬을 충분히 가열한 후 기름을 살짝 두르고 강한불에 재빨리 볶고 적당히 익었을때 적당히 물을 넣어 충분히 익힌다.
3. 춘장이 없을 경우에는 짜장스프를 이용해도 상관없다.

건망증

모기가 잘 무는 체질이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유독 나만 긁적거리기 일쑤인데 다행스럽게도 올 여름이 지나는동안 집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아들 녀석도 나와 같은 체질이라 모기가 잘 탄다. 물리고나면 간지러워서 긁기 마련인데 잘 참고 안 긁어 상처는 안나지만 약간의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많이 붇고 물집이 생긴다.
그래도 올 여름동안 많이 안물려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 자다가 일어나서 징얼거린다. 살펴보니 발바닥을 3곳이나 물렸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져 물지 못한다고 하는데 백로마저 지나 아침저녁 찬바람이 부는 이때 모기에 물리다니.. 일단은 약을 발라주고 다시 재웠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한 왱왱거리는 모기소리가 싫어 일어나 살펴보니 모기가 있다. 2마리 잡고는 이제 없겠거니하고 맘 놓고 누웠는데 왠걸 또 왱왱거린다.
여름내내 없던 모기 왜 지금? 어디 방충망이라도 열려있나싶어 앞뒤 베란다를 살펴보니 아뿔사!
앞베란다 방충망 하나가 활짝 열려있다.
어머니가 낮에 방충망 밖으로 토란대를 널고 문을 안 닫으신거다. 급하게 문을 닫았지만 그동안 들어온 모기 걱정에 일단은 모기향을 이곳저곳에 놓았다. 눈에 보이는 모기는 잡았고 매콤한 모기향 냄새 때문에 물리지는 않겠다 싶었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에는 늦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책상에 와 앉아서 이것저것 꼼지락 거리는데 불현듯 얼마전에 일이 생각났다.
집에 있는 무선 전화기가 없어져서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없었는데 냉동실안에 들어있는 전화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 어머니께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누군가 그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우스개 소리로만 여겼는데 내 어머님께 그런일이?
아직 정정하신데 혹시나 혼자 걱정하실까봐 말씀은 못드릴 것 같다.

나이에 상관없이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건 당연하다.
이런 단기 건망증이라면(심하지 않을 경우) 별걱정하지 않겠지만 연세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이 낮아지는거라면 어찌해야 될까?

늦은 밤. 밝은 달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려본다.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9/11/2011

한가위

한가위 둥근 보름달은 보이지않지만,
고속도로 정체는 좀처럼 풀릴줄 모르지만,
모두가 활짝 웃을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니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후년에도 쭉~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9/09/2011

만원버스 안

오랫만에 서울을 나갔다왔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를 보기위해서다.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지나갔고 아쉬운 만남을 뒤로한 채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막차 시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버스는 만원이였고 10여명의 사람들은 1시간가량의 거리를 서서 가야하는 상황이였다. 고속도로를 타기 바로전 정거장에서 한 남자가 버스에 올랐는데 마침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내리려고 준비를 한다.
몇 정거장 전부터 타고온 사람들이 다들 서 가는것을 보고도 내리려고 준비하는 사람을 보자 그 앞으로 비집고 들어와 좁은자리를 떡하니 자리잡고 움직이지를 않는다.
내 옆자리 사람은 다음정거장에서 내렸고 먼저 서있던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일 없이 바로 자리에 앉는다.
속으로는 '이런 양심없는 사람 같으니..' 하고 눈을 흘겼지만 이 사람은 안하무인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는 전화기를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약간 꼬부라진 목소리를 들으니 좀 취해있었다. 시간은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였고 전화내용이 참 가관이였다.

'여보세~요. 어 내가.. 술을 좀 마셨는데.. 30분뒤에.. 잠들지도 모르니까.. 30분뒤에..'
전화기 저편에서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쟁쟁쟁 울린다.
'아니 자기야! 쳐먹다니.. 술을 드셨다고 하지 못할망정.. 먹은거지 쳐먹은게 뭐야..'
전화기를 통해 울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왱왱왱.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입 앞으로 천천히 가져가더니 짧고 굵게 한마디 한다.
'야! 이런 무식한 x아..' 하고는 황급히 종료버튼을 누르고 바로 잠들어버린다.

만원 버스에서 크게 웃을수 없었지만 너무 재밌는 상황이라 입을 막고 킥킥거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추석이라 가족들을 위해 선물상자 하나를 들고 가는 남자.
날마다 북적거리는 만원버스 속의 늦은 퇴근길의 남자.
원하든 원하지 않던 참석해야 하는 잦은 술자리.
잠들면 내릴곳을 지나칠것 같아서 아내에게 부탁을해보지만 돌아오는건 날카로운 비수섞인 잔소리.
어쩌면 그 모습이 전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들의 아버지, 아니 이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것 같아 자조섞인 씁쓸한 웃음이였는지도 모른다.

9/08/2011

쫓기는 꿈

무언가에 쫓기는 꿈을 꾸었다.
어릴적 치기장난을 할때면 술래에게 항상 쫓겨야했다. 오른쪽, 왼쪽으로 도망치다가 다시 방향을 급변경하기도 하면서 안 잡히려고 몸부림쳤던 기억.
이렇듯 실존하는 어떤것에 쫓기는건(그것이 놀이라 할지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보고서 제출 시간이 다가오거나 PT준비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가던 기억.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이지만 정해진 틀안에서 심리적으로 쫓기는건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것이건, 보이지 않는 것이건 쫓긴다는건 정말 싫은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꿈속에서 무언가에 쫓겼다. 계속 달아났지만 불안했고 뒤따라오는 무언가에 계속해서 감시당하고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느낌이였다.
무엇이었을까? 나를 쫓아오던, 아니 내가 죽도록 달아나게 만든건 무엇이었을까?

쇠소깍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것들은 변하기 마련이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물은 변한다하더라도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생각조차 변해가는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더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면 좋으련만 언제나 그럴수는 없는 법.
지금의 쇠소깍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10여년전만해도 관광지도에 표시조차 되어있지 않던 곳이다. 지금의 물색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좋지만 그때 처음 만났던 쇠소깍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다가 마주친 2000년 초반의 쇠소깍.
이처럼 과거의 모습을 오랜동안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물도 사람도 말이다.

9/06/2011

제주 방언

제주 방언은 언제나 신선하다. 솔직히 너무 신선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할망들과 이야기를 할 경우가 생기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반이상이니 그냥 땀만 삐질삐질 흘리면서 '네..네..'만 연발하는 경우도 생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느영 나영 : 너하고 나하고
왐수꽈~ 감수꽈 : 오십니까~ 가십니까
혼저 옵서 : 빨리오세요
겡이 : 게
요망지다 : 똑똑하다

이렇게 육지말과는 사뭇다르다. 섬의 특성상 오랜시간 외부와 단절된 탓에 언어의 변질이 생긴거라지만 달라도 많이 다른게 사실이다.
그리고 제주는 촌수를 엄청 따진다. 처음보는 사람들도 성이 같으면 몇 대손인지를 묻고는 서로의 촌수를 따지는것도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마트나 식당에서 쓰는 말도 '삼촌'이다.
도시에서는 보통 '이모님~'이나 '사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제주만큼은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삼촌'으로 통한다.
제주에 가면 식당에서 한번 외쳐보자.
'삼촌~ 여기 촐래 좀 더 주세요'

9/05/2011

제주, 사소한 정보 1


항공은 저가항공인 티웨이항공이나 이스타항공이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성수기나 주말은 요금할인이 거의 안된다. 이럴때는 진에어의 기업우대 할인을 받아보자. 성수기나 주말에도 10%~20% 할인
배를 타고 들어가고 싶다면 장흥항에지서 오렌지호가 운행중이다. 2시간정도 소요된다. 오렌지호 예약을 하면 광주에서 장흥까지 무료 셔틀이 운행
제주에서 말타기 체험은 10~20분 정도에 5천~1만원정도다. 시간이 된다면 제주시 경마장을 이용하자. 주말 무료 승마 체험
성산항에서 우도를 들어가는 배는 두종류가 있다. 큰배는 서빈백사 바로 옆의 하우목동항으로 입항하고 작은배는 우도항으로 입항하므로 확인하고 탑승
렌트카 회사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중 스타렌트카가 가장 저렴
제주에는 24시 편의점은 훼미리마트뿐이다. SK텔레콤 멤버쉽 카드를 준비하자. 12% 할인이 어딘가?

9/01/2011

[음악] 나는 나비

날고싶다는 생각.
어둡고 거친 껍질을 벗어나 날고싶다는 생각.
젖었던 날개가 다 마르는 그날이 오면 날개를 활짝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고싶다는 생각.
Cocoon to Butterf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