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2011

짧은 여행, 제주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내자리로 돌아왔다.
늘 그렇듯 내 여행은 준비없이 시작된다. 그냥.. 홀연히 말이다.
물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바람을 맞고 일상과는 다른 풍경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는 심한 가슴앓이를 하게된다. 아마도 내 역마살이 다시 현실과 부딪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여행 역시 사람들을 만났다.
국악 호혁, 간호사 지혜, 사회복지사 영미누님, 사서 이든, 구미 진호, 트레이더 해웅, 예비 의사 아무개, 고등학교 졸업하는 다은, 14일 군입대하는 친구, 요양온 친구, 일상탈출팀, 낙지마당 단골손님, 설겆이 먼저 해주시던 이모님들, 들살이 선생님, 몇몇 할망&하르방..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얼굴들.
도시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분야와 연령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밤새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앙금도 남지 않는 깔끔함..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수 있는 따뜻함이 있을 수 있어 좋다.
이런 경험을 하고나면 아직은 이 세상도 따뜻한 곳이고 좀 더 살아볼만 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십대 초반부터 시작한 여행길인데 해가 바뀔수록 조금씩 조금씩 위축(?)되는 나를 보게된다.
10대 시절은 어디를 가도 다 형님, 누님들뿐이라 어린 동생처럼 살갑게 반겨 주셨고, 20대가 되어서는 적당히 어울리는 친구들이 많았고 서른초반 정도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중반정도부터는 조금씩 generation gap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내가 '아저씨', '형님'이 되어버린다!!
다만 스스로 위안을 삼는것은 몇 년전부터 점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관광'이 아닌 '여행'을 오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들처럼 난 계속해서 '여행'을 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옭아맨 내 생각을 계속 깨버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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