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2011

임상실험 결과

지독한 테스트 구간이였지만 나름 큰 문제없이 견뎌준  내 몸과 정신에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주인을 잘못 만난 내 장기들에게 미안하고 특히나 극한의 고생을 경험한 간과 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78일간의 알콜 테스트를 마치려고 한다.
몇 일정도 더 할 여력은 있지만 더이상 큰 의미가 없고, 또 내 절친 녀석의 젊은 시절 대기록(?)을 깨는것도 의리가 아닌듯하여 여기까지만 하려한다.
살아가면서 또 다시 무모한 테스트를 할 일은 없을테니 앞으로는 좀 더 가볍게 즐기면서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동안 나를 위해 온몸을 비워준 수많은 친구들 소개하면,
Ballantine17&21y, Glenlivet15&17y, Glenfiddich 15&17y, Blanton's, Vodka 같은 외국 친구들.
이슬양, 진도홍주군, 한라산, 포천/장수/배상면/제주탁주 같은 국내 친구들.
카스/맥스/하이네캔/벡스/사무엘 아담스/무스헤드 같은 소프트한 친구들이 있어 그저 고마울따름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덕에 내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한다.
아침마다 얼굴이 붓고 혓바늘과 잇몸병이 안 없어진다. 몸에는 부스럼이 생기고 목은 마르고 칼칼하고 바튼 기침이 난다. 가슴은 답답하고 아랫배는 묵직한 통증이 조금있고 얼굴이 까칠하고 혈색이 안좋아졌다. 입술은 바짝 말라 트고 혈변이 보였고 단기 기억 상실이 생긴게 다다. 그래도 이정도면 참 양호한 수준이 아닐까?

처음 시작은 개인적인 힘듬이었다.
그러한 힘듬을 알콜을 통해 잊고 싶은 생각, 혹은 자기학대를 통해 현실을 도피하려 했던게 크다. 하지만 이런 돌발행동을 하면 할수록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잊혀지거나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가 맞닥드려 해결하고 풀어야할 숙제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 모든게 다 해결되고 정상으로 돌아온건 아니다. 살다보면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무지고 회피일뿐이다. 껄끄러운 진실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안된다. 스스로 정리하고 마무리를 해야지만 더 큰 탈없이 지나가는 것이다.

솔직히 그간 정신을 차리건 안차리건 상관없이 내 주변의 일들은 나락으로만 향했다. 방향을 정해줄 사공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되어야 하는 현실, 내가 만들고 내가 망쳐놓은 그 현실 때문이었다. 바로잡으려 해서 바로잡히는 일들이라면 무모한 일은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을테니.. 역시 현실도피가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그러한 사실들을 그냥 받아드리려 한다. 그냥 받아들이고 곪아서 터지던, 도려내던, 맞장뜨던 나 혼자 처리해야 한다. 어차피 태어날때부터 누구나 혼자였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절반은 큰 무리없이 흐르는데로 나를 맡기고 조금씩만 방향 조정을 했지만 이정도 살아왔다. 이제 절반정도 남은 EOL.
어찌되었던 책임져야 할게 늘어나고 감당해야 할 무게가 조금 더 많아 지기는 했지만 헛되게 살아오지 않았기에 좀 더 강하게 마지막 장을 드라이브 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Life is a garden. You reap what you sow.
When you find your path, you need to have sufficient courage to make mistakes.

    - P.Coelho

댓글 3개:

  1. 어떤상황이든 건강은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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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살아남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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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꼭 챙길께요.

    / ㅋㅋ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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