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011

선흘리 돌집

조천읍 선흘리에 가면 제주 어멍 3명이 10년동안 짓고 있는 돌집이있다. 일반 가정집이지만 방문객에게 집안 구경을 흔쾌히 허락해주신다.
넓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건물은 5채정도 있는데 현무암으로 외벽을 올리고 나무와 황토로 실내를 꾸몄다. 1층 거실 바닥도 특이한데 거실바닥은 황포를 깔고 위에 황토를 덧칠했는데 보기보다 푹신한게 느낌이 좋다.
거실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다락방이 있고, 주방을 건너 나무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방사형 천장이 펼쳐진다. 천장은 너와집 지붕처럼 널찍한 나무를 이어붙여 완성했고 2층바닥은 비슷한 두께의 널판지를 얽기설기 짜맞춰 두었다.
실내 내벽은 전체적으로 하얀흙으로 미장을 해서 그런지 밝은 느낌이고 아늑한 공간을 연출한다. 실내에 있는 가구나 장식품들도 대부분 손수 나무나 돌을 깍아만든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방과 연결된 주방창고 겸 발효실도 눈에 띄는 공간이며 건물 바로 옆 작은 창고도 눈에 띄는 공간이다.

주 건물 옆으로는 사랑채를 지었는데 일층은 주방으로 꾸며져 있고 이층에는 아늑한 방이 한개씩 있다. 그런데 특이한것은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개별적으로 놓여있어 완전한 독립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 뒷편 잔디마당을 가로지르면 별채가 독립적으로 지어져있고, 앞마당 한쪽에는 20여명이 함께 앉을만한 넓찍한 야외 테이블과 베베큐장도 만들어두었다.
전문 건축가가 설계하고 지은게 아니라 어딘가 어설퍼 보이지만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공간들이었다.

스스로 자신에게 알맞은 공간을 계획하고 천천히 만들며 그 안에서 사시는 분들.
이름난 건축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10여년간 손으로 조금씩 지었다는 건축물을 보고 있자니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하고 100여년간 건축중인 바로셀로나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이 자연스레 오버랩되는건 비단 나만이 아닐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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