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2010

교원 평가제 찬반논란

얼마전 모대학 교수님과의 술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전교조가 교원 평가제를 반대하고 있는데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교원 평가제 실시를 해야지 교수나 교사들의 강의 질이 높아지고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을 하셨다.

처음 듣고 있자니 틀린 말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수업 받은게 너무 오래되었지만,
그 당시 수업이라하는게 입시를 위한 암기와 주입식 교육이였고,
덜 순진한 나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모양인지 모르겠다..ㅋㅋ)
당시 내가 졸지 않고 들었던 유일한 수업은 미술, 체육하고 전교조 활동을 하시던 선생님들의 수업(40분은 교과서 수업, 10분은 인생 수업)뿐이였다.
기존의 제도권 수업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으로,
입시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바른 인격체로 사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던 분들.
물론 그 분들은 사립재단 이였던 학교측으로부터 강제 해고 당하셨다.

하지만 교원 평가제를 도입하여,
피강의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할 수 있다면 선생님들도 조금은 바뀔거고 노력할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전교조 활동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인데,
이분들이 왜 교원 평가제를 반대할까 생각해 보게되었다.
잘했던 사람이 언제나 잘하라는 법은 없으니..

먼저 정부에서 교원 평가제를 추진하려는 목적부터 찾아보았다.
"교원 평가제 도입의 목적은 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 절감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하려고 함."
우와~ 목적이 좋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요즘 부모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사교육비 절감이 목적이란다.

근데 왜 반대할까?
좀 더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전교조를 제외한 모든 교원들 아니 어느 사회집단을 막론하고 승진은 공통 목표겠지만 현재 교원들은 근무평정이라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 실행하려고 하는 교원 평가제는 단지 현재 방식의 평가(근무평정)와 크게 다른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승진 인사는 현재 시행중인 근무평정으로 하게 되고,
평가의 주체가 교감, 교장이다.
이것은 상대평가이고 완전 비공개다.

어떤 대상을 평가할때는 공정한 잣대로 객관성 있게 해야하는데
객관성이 결여된 밀실 행정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물론 이번 교원 평가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 의견을 받도록 되어있다.
학생은 수업만족도, 학부모는 학교만족도와 다면 평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참고사항 일뿐이다.

굳이 참고사항으로 할거라면 거창하게 장관이나 교육계 윗선을 MB맨으로 물갈이 없이 진행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래 저래 알맹이는 변한거 없이 포장만 바꿔서 내놓는 짓 하지말고 말이다.

또 다른 생각해 볼 문제점은 교원 평가제가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100여개 학교가 시범 실시 중인데
젊고 예쁜 교사는 높은 점수를, 엄격하고 늙은 교사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잘못을 해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고
오냐 오냐로 다 받아주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거다.
이것을 보완하고자 수치화된 객관적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급 성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다.
교원 평가제 도입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증가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대학에서의 교수 평가와는 조금 다른 것같다.
대학은 선택적 수업이기에 정말 아닌 교수의 수업은 내가 안들으면 되지만,
초중고등학교는 선택적 수업이 아니라서 이런 평가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들이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평가 할 수 있을까 하는것도 문제다.
청소년들이 과연 평가의 목적을 알고 교육의 질적인 차이를 구분하여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것은 초기에 부작용이 있을수 있다. (시행 5년차인데 아직도 초기 같아서 문제지만..)
또한 시간이 지나면 청소년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평가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어차피 해야 되는 일이라면 해야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 식 성급한 실시보다는
조금 더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한 후에 평가 목적에 부합한 세부항목까지 다 준비한 후에
실시하는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From 전교조 홈페이지 (웃으며 시위중인 모습이 보기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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