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2011

구제역

전국이 아수라장이다.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어려운 상황임을 아는데도 난 포천에서 농장을 하시는 형님이 가장 걱정된다. 이기적이라고 욕을 해도 난 지금 상황에서는 형님이 가장 걱정된다.
지난 6년간 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아름다운 농장' 표창도 받았고, 작년에는 포천내 양돈농가 221곳 중 가장 우수한 농장으로 상도 받았다.
그리고는 작년 직영농장 1곳을 늘려 현재 포천지역에서 4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농장은 아주 지저분한 상태였는데 그동안 몇 톤의 마사토를 깔아서 도로 정비를 다 했고, 조경석으로 아기자기하게 정원도 만들었다. 작은 조립용 펜션도 두채나 지어두었고 아이들이 뛰어놀수 있는 잔디마당을 만들었다.
농장안 작은 연못에는 향어, 꺽지, 붕어, 버들치가 살고 있고, 연못 주변으로는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버드나무와 철죽이 가지런히 심고, 농장 주변으로는 사과나무, 은행나무, 살구, 앵두 같은 유실수도 손수 심었고, 작년 봄에는 울타리 주변에 개나리와 포도나무도 심었다.
우리 가족은 가끔 그곳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강아지들과 놀기도 하고, 연못 속 생명들과 우리나라 사계절의 독특한 변화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농장 주변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형님은 농장에서 이동제한에 걸려 머물고 계시다. 크리스마스, 새해를 아이들과 보내지도 못하고 말이다. 강원도와 충청도 지역으로 구제역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래도 포천지역에 재발했다는 말은 없었다.
어느정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지난달 21일 이후부터 현재 포천지역 양돈장 221곳 중  136곳이 살처분을 한 상태라는 것이다.
농장 방역을 위해 석회석 몇 톤을 농장 구석 구석에 다 뿌리고 날마다 소독약을 농장 전체에 적시고 있지만 역부족이란다. 이제는 더 이상 손쓸수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제는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한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형님의 목소리는 내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처음 들어보는 약간은 지치고 힘겨워 하는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얼마나 공을 들인 일들인데..
하지만 형님의 마지막 말에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내일부터 포천은 돼지도 백신 공급을 한다고 하는데 이미 늦은거니 차라리 확산 안된 지역에 먼저 공급하면 좋을텐데 말야.
여기야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야겠지. 이미 어느 정도의 대책은 세웠는데.. 뭐 농장이야 덮으면 되는거지. 먹고 살길 없는 것도 아니고 말야. 허허"

댓글 4개:

  1. 별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래봅니다. 제 사촌동생도 그곳서 멀지 않은 철원에서 소농장을 제법 크게 하고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이번에 피해가 없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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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그러시군요. 어차피 간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기를 저도 바래봅니다.
    아무튼 멀리서도 걱정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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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쩝~도움되지 못해서 괜시리 미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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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니 그냥 그런일이 있었구나.. 걱정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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