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2014

공간을 비웠던 변명

설명이 필요없이 단순했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 이유가 말이다. 당연히 내 공간이니까.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올라오던 글이 없어져 버렸으니 걱정해 주시던 분들도 계셨을 테고, 이 기회에 구차한 변명이라도 해야겠다.
2009년 시작한 사업을 2013년 10월에 접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은 것이라고는 큰 빚과 10kg이나 홀쭉해진 내 모습이었다. 세월이 흘렀다고 주변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변한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 자신뿐이었다. 사업을 정리하던 지난 몇 달 동안 코앞에 산재한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바빴다. 아주 많이 바빴다. 빚쟁이들을 피해 숨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건 정상적인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와야 했다. 정신적으로건 육체적으로건 무엇인가에 쫓긴다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조금은 숨 쉴 만큼의 시간이 생겼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실패한 사업은 나에게 '이젠 욕심 없이 천천히 살자'는 다짐 또 다짐하게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과정 하나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수료한 '여행작가과정'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신청한 것은 아니다. 단지 몇 달 만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조차 피하게 되면 앞으로의 살이가 더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냥 부딪쳐 보기로 했다.
3달간의 과정 중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가끔 여행도 하면서 한주 한 주가 지나갔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보던 시선과는 또 다른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2014년 봄. 그렇게 난 세상을 향한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차던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동안의 내가 걷고 듣고 보던 방식들과는 다른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변화 말이다. 그 변화를 여기에 표현해 보려 한다. 여행지를 찾아가는 여행만이 아닌 또 다른 내 삶의 여행에 관해서 말이다.
여행작가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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