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2014

포천 송어낚시 (동교지)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 하나가 있다.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처음 갔던 일이다. 장소는 정확히 모르지만, 충청도 어느 저수지였다. 낚시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와 좌대라 불리는 수상가옥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기억. 아직 어리다며 낚싯대를 주시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아버지 낚싯대로 붕어를 2마리를 잡았던 기억. 고기를 직접 잡은 것도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그 행복은 아마 아버지와 함께였기에 더 행복했다. 이런 기억들이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이젠 나에게도 9살 아들이 있다. 그동안 제주에서 바다낚시를 몇 번 함께 다녔다. 아들은 비록 작은 각재기였지만 직접 물고기를 잡아 본 적도 있다. 채비를 해주고 천천히 릴 링 하라고 이야기해주거나, 찌가 이렇게 움직이면 챔질하고 대를 직각으로 들어야 한다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 했다. 폼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내 첫 출조 때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물 앞에 서 있는 아들이 불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혼자 낚시를 하도록 낚싯대를 쥐여주진 않는다. 다만 내 아버지가 내게 주셨던 그 행복한 기억을 내 아들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클 뿐이다.

지난겨울, 송어낚시를 하고 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심심하던 차에 바람이나 쐴 겸 아들과 포천 송우리에 있는 동교지로 향했다. 동교지는 유료 낚시터지만 상류에서 잠깐 짬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를 펴고 몇 번 캐스팅하던 중 한 마리가 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아들은 자기도 하겠다며 떼를 쓴다. 어차피 손맛은 봤으니 아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은 채비 운용이 서툴러서인지, 아니면 기온이 많이 올라서인지 더 이상 입질이 없었다. 그래도 송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었기에 다행이다. 이렇게 아들과의 추억 하나가 생긴 지난겨울 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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