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2014

전주 한옥마을 2부

<골목골목 주전부리, 막걸리 예찬>
어느 고장을 가더라도 대표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주는 조금 다르다.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이 많아도 아주 많다. 그 중 몇 가지만 꼽아보라면 주저 없이 전주비빔밥과 콩나물해장국을 꼽는다. 막걸리도 빠질 수 없다.

먼저 전주비빔밥을 보면 그릇부터 눈에 들어온다. 놋그릇이다. 온도가 65도인데, 이 온도는 밥의 최적온도이고, 재료의 향이나 신선도가 가장 잘 유지되는 온도이다. 따라서 비빔밥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온도다. ‘전주비빔밥이 만나 전주비빔밥이라는 보통명사화가 되었고, 이런 섬세함으로 전주비빔밥은 이제 명실공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모양새는 어떠한가. 동서융합이 된 조화로운 모습이다. 후백제 이후 천년고도를 이루었고, 지금은 잊혀진 기억일지라도 그 영광의 역사를 애써 되찾으려 하지 않는 전주 사람들이다. 또한 동학혁명의 중심지였지만 결코 과격하지 않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반드시 나서야 하는 일에만 나섰던 정의로운 사람들이다. 그게 전주고 그 사상 속에서 전주비빔밥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전주천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벽당
콩나물국밥은 또 어떠한가. 전주콩나물국밥이 맛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콩나물에 있다. 보통 콩나물은 대두를 사용하여 크기만 크고 밍밍한 맛이지만, 전주콩나물국밥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쥐눈이콩을 사용하여 작고 가늘지만, 고향 툇마루에서 키운 듯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콩나물 국밥과 함께 수란이 나오는 것도 전주만의 특징이다. 전날 숙취가 남아있다면 모주를 한 잔하는 것도 좋다. 막걸리에 8가지 한약재를 넣어 끓인 모주는 알코올이 거의 없어 술이라기보다 숙취 해소용 건강음료에 가깝다.
온종일 전주의 맛과 멋에 흠뻑 빠졌다면 해거름이 내려앉는 시간, 막걸리집으로 향해보자. 전주 막걸리집은 통영 다찌집, 마산 통술집과 더불어 서민들의 사랑과 애환이 담긴 대폿집이다. 한 주전자를 시킬 때마다 입맛을 돋우는 안주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이른 실망은 금물이다. 투박하지만, 정감 있고 맛깔 난 음식들이 눈보다는 혀를 즐겁게 해 줄 테니 말이다.
술을 마시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터. 누군가는 행복해서, 누군가는 슬퍼서, 또 누군가는 이 사회가 술을 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칼칼한 목을 시원하게 적시며 내려가는 한잔 막걸리에 어떤 의미를 두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슬쩍 대답해본다. '잊기 위해서'라고…….
전주 막걸리를 마시면 네 번 취한다. 한번은 흥에, 두 번은 안주에, 세 번은 맛에, 그리고 마지막에는 정에 취한다. 그래서 술은 풍류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전주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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