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2014

자업자득 (自業自得) (부제 : 검은 유골의 목소리 - 나는 해방되었는가)

검은 유골? 유골은 대부분 흰색이거나 회색일 텐데 검은 유골이라니? 지난 주말 저녁 우연히 보게 된 추적60분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별생각 없이 보고 있자니 일제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들 중 대다수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한 국민들이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자매들이다. 안타까운 과거사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보니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말로만 이들을 위한 추모제니 위령제를 지낸다. 형식적이다. 이런 형식적인 겉치레 말고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발굴을 통해 이미 주검이 되어 유골만 남은 분들을 모셔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일은 개인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역만리 타향으로 끌려간 힘없는 국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다 죽었다. 그리고 그 억울함에 분통함에 아직도 눈 감지 못한 숱한 영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말이다. 그리고 난 당연히 우리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방송을 보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일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지나간 과거사라 여기고 방치하고 있다. 물론 한때 시도는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에 고이즈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하고 강제징용자의 유골을 본국으로 봉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때만 해도 정부주도하에 활발한 발굴이 이루어져 2,70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한일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정권은 이 조직을 해체했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본으로서는 당연히 이후의 발굴에 적극적일 필요 없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이것은 직무유기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임에도 전혀 손쓰지 않고 있는 것은 명명백백한 국가의 직무유기이다하루빨리 관련 조직을 다시 만들고 적극적으로 유골 봉환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자신에 대한 자책은 물론이요, 국민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한 나라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라도 사라지지 않을까? 아직도 서럽게 외치고 있는 억울한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유골에 대한 예의일 뿐 아니라 남아있는 그들의 후손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그들의 고통과 억울함과 그리움이 하루빨리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란다.




PS. 하지만 현재도 진행 중인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한 국가의 태도로 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현안들로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하고 있지 않는가? 정작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도자를 가진 대한민국. 어쩌면 우리들 스스로의 무관심이 이 시대의 무서운 괴물들을 만들고 키우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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