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2014

올챙이 추억 전시관

둔내에서 6번 도로를 따라 횡성 방향으로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산길을 달린다. 창문을 열고 강원도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외치던 오래 전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광고 삽입곡인 ‘Simon & Garfunkel The Boxer’를 틀어놓으면 드라이브가 더욱 운치 있겠지만, 불행히 앨범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찾아 들으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더 불행(?)하게도 난 아직 폴더 피처폰이고 2G 유저다.
한적한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내려 오다 보면 180도의 급커브 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누구나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속도계가 30 이하로 떨어질 때쯤, 정면에 나무로 만든 작은 입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올챙이 추억 전시관'
무얼까? 알에서부터 개구리가 되는 단계를 구분해 놓은 부화조가 있는 걸까? 아니 이건 계절의 영향이 있으니 어렵겠지. 그럼 실내 부화조? 아니면 그냥 개구리 종류를 박제해 둔 전시관? 간판에 적힌 이름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어차피 속도는 줄였겠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일단 한번 들어가 보기로 한다. 좁은 소로를 따라 500m 정도 달려가니 널찍한 터에 건물들이 몇 개 보인다. 입구에 주차를 해두고 들어서지만 내가 예상했던 곳이 아니다. 일단 유료다. 안내문을 보니 건물을 전시실로 활용하면서 7080세대가 사용하던 오래된 일상용품을 전시해 두고 있다. 입장료가 비싼 건 아니지만 굳이 7080세대인 내가 입장료까지 내고 교복이나 교련복을 입어보고 싶지는 않다. 일제의 잔재, 군부독재의 잔재라는 생각만으로도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몇 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게 그리 감동을 주진 않는다. 어쨌든 그냥 가볍게 산보하듯 주변 경관만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 한편에 꽤 너른 연못이 있다. 연꽃이 피는 7월이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일 것 같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까지 나무다리가 있어 건너갈 수 있게 해 둔 것은 운치 있어 좋다. 출렁이는 나무다리를 건너다 연못 바닥을 살펴보니 아이 주먹만 한 우렁쉥이가 보인다. 흔히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라 신기하기만 하다. 몰래 한 마리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복고풍이 유행이라 이런 전시관들이 주변에 많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면 한 번쯤 들려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아이들이 있다면 말이다.


주소 : 강원 횡성군 둔내면 궁종리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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