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2010

혼혈

중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 유난히 검고 심한 곱슬 머리를 가진 녀석이 있었다.
순발력과 탄력이 좋아 농구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는 녀석은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친구는 혼혈, 요즘말로 다문화 가정이였다.

요즘 광고를 보면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익성 광고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시골 농촌을 가보면 어디서나 볼수 있었던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 이라는 현수막이 기억난다.
또한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 정책과 민족문제로 인한 소련연방의 급속한 붕괴에 따른 소수민족의 독립, 이로 인한 러시아/중앙아시아 여성들이 취업, 결혼 등의 이유로 입국을 많이 했다.
그리고 실제로 농촌에 가보면 쉽게 다문화 가정의 자녀, 혼혈아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이들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가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제 성인으로서 사회에 진출 할 정도의 세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단일 민족이라는 허울좋은 단결성을 강조했기에 이민족에 대해서 아주 배타적이다.
서양 백인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지만 유색인종(중국, 동남아)에 대해서는 더욱 심하다.
(현재 대략 12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듯..)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혼혈인을 따뜻하게 포용해줄 수 있을까?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와 평등한 대우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들은 주민증도 있고 투표권도 있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부딪치는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고용시장이 팽창되어 있다면 조금은 덜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대졸 청년실업 문제, 외국인 근로자 인권 문제 등)에서 과연 혼혈 청년들에게 정당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내가 보는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을 듯하다.
제도적인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에게 이끌려 앞다투어 경쟁하는게 요즘의 상황인데 과연 혼혈인 그들을 같은 경쟁의 상대로조차 여길지가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공평함으로 인한 몇번의 좌절과 몇번의 부당한 편견으로 상처받았을때 이에 대한 울분, 저항이 자신들을 자꾸 궁지로 몰아내는 사회에 어떤식으로 표현될런지는 모르겠다.
내 좁은 생각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의 우리들,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커다란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생각든다.

중학교 시절 그 친구가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감 있게 지냈던 녀석이였기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 지내리라 믿고 싶다.

댓글 4개:

  1. 악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imbackpacker님 같은 분이 계셔서 한국사회의 장래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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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무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 생각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는게 시작인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한명 두명 늘어날수록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볼수 있게되고 그렇게 된다면 분명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장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해서 그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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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이빙으로 연대 갔다는 말까지는 들었는데, 그 뒤에는어찌 됐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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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운동 잘 하던 녀석이니..
    근데 다이빙은 좀 생소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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