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2010

동요잔치

찬이의 유치원 동요잔치가 있다는 것은 방학이 시작하던 7월말에 공지가 되었다.
CD에 들어있는 40곡의 동요 가운데 가장 좋은것을 선택하고 개사곡을 만들어 동요잔치에 참여 해 달라는 것이다.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할 요량으로 별 준비를 안했었는데 동요잔치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찬이도 그리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또 연습도 안시켰으니 잘할거라는 기대는 안했다.
그러다 동요잔치 이틀전에는 '안하면 안되?'냐고 간곡한 부탁까지 한다.

이제 다섯살.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본인이 하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데 그래도 해야 된다고 등 떠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각이 어릴거라는 것은 어른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지는 것 뿐이다.
어린이도 그 나이에 맞는 옳고 그름을 알고, 하고 싶은것과 하기 싫은것을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도 하니까,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유치원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그런데 당일 찬이가 한번 해 보겠다고 한다.
부끄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 나서지를 못하던 녀석인데 스스로 하겠다니 일단은 믿어줄 수 밖에.. 유치원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을 하게되었다.
참석은 하기로 했으니 연습을 몇번 시키고(다행스럽게도 유치원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지 가사를 다 외운다) 의상은 최대한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Black&White.

공연이 시작되었다.
찬이의 순서는 3번째.
앞에 두 아이들은 7살반 아이들인데 목소리가 좀 작았지만 반주에 맞춰서 아주 잘했다.
이제 무대로 올라서는 찬이가 보인다.
순간 걱정이 생겼다.
부끄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녀석인데 혹시나 실수하고 울지나 않을까? 이번일로 더 자신감없이 뒤로 숨으려 하지나 않을까? 괜히 문제를 크게 만든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없었다.

앞에 아이들에 비해 너무나 씩씩하게 큰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한다.
"저.는 좋은반 곽.찬 입니다. 제.가 부.를 노래는 수.박 입니다."
순간 사람들이 웃으며 술렁거린다. 목소리가 너무 컸기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노래를 마쳤다.
짧은 노래였고 아주 짧은 순간 이였지만 나에게는 주변의 모든것이 그냥 정지된 상태였다.
노래를 끝내고 퇴장하는 녀석을 보며 '많이 컷구나' 생각이 든다.

감동? 행복? 그래 이런거였구나.
자식 자랑이 팔불출이라 했던가?
하지만 오늘 난 팔불출이 되어 본다..ㅎㅎ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은 사진을 보시고 눈을 감고 마음으로 들어보시길..(들리시나요?)


(멋쟁이) 수박

동글 동글 멋진 몸매에
까만 줄을 긋고
시원 달콤 향기 풍기는
맛있는 수~박 주세요!

나는야 쥬스될거야 꿀꺽~
나는야 화채 될거야 후루룩~
나는야 춤을 출거야 예~
시원한 수~박 주세요!

댓글 4개:

  1. 찬아~ 너무너무 잘 했다.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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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음씨가 좋은분은 들린답니다.들으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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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속 좁아도 다 들리네요.어찌나 크게 부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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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음이 착한 것과 속 좁은건 다르지 않을까요?
    아무튼 목 터져라 부르는 소릴 들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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