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2011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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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뵌적은 없지만 참 좋은 분께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먼저 좋은 곳으로 가신 그분 어머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기억만 간직하시고 안녕히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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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버지가 돌아가실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위독해 지셔서 응급실로 실려가셨고,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 본 아버지는 반 의식이 없는 상태셨다.
의사는 우리를 불러 지금 삽관술을 한다면 생명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대로 둘 경우 하루를 못 넘기실거라고 했다. 하지만 삽관술을 하게 된다면 강제 수면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하루에 두번 면회만 가능하다고 했다.

살면서 이런 순간, 이런 결정을 해야하는건 늘 두려운일이다. 나의 결정에 의해 어떤 존재의 상태가 변화되어 버리는 것, 어쩌면 영원히 잃어버리거나 못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게 전능한 결정권을 가진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혈관을 찾기위해 손이고 발이고 관자놀이를 다 찔렀는데도 혈관은 잡히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사타구니의 정맥에 주사바늘을 찌르고 있는 순간이였으니까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렇게 보내 드릴수는 없는데..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지만 우린 삽관술을 안하기로하고 아버지 옆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그 이후 호흡이 조금 안정되시며 정신을 차리셨고 병실로 옮긴 후 우리들과 며칠동안 이야기도 하면서 계셨다. 그리고는 어느날.. 가셨다. 응급실에 실려 오신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다.
평생 깔끔한 분이라 마지막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스스로 용변을 보시고 돌아와 자리에 누우셨는데... 뚜뚜뚜뚜 뚜~~~~~~ vital sign도, 모든 기계장치도 멈췄다. 그것이 끝이였다.

지금은 오래전 일이라 담담하게 말할수 있다. 만약 그때 삽관술을 했다면 어쩌면 지금도 아버지는 살아 계셨을지도 모른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로..
하지만 우린 아버지와 같이 호흡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감사한다.
아버지도 그런 우리를 이해하셨으리라 믿고싶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원하던 원하지않던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후회는 지울수 없는 문신처럼 평생 따라다닌다. 그것이 잘한 결정이든 잘못된 결정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댓글 2개:

  1. 지금에야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아버님을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리셨어야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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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서야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처음보다는 마음이 나아지셨는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더라도 그 아픔이, 후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다른 모습으로 남게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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