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2011

응급실

비도 많이 오고 날도 덥고 습한 나날들이다. 이럴때는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건강이 나빠질 수 있으니 개인 위생에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올해는 다른해와 달리 수인성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관련 내용: ▶끝나지 않은 재앙)

초저녁부터 시작된 발진. 취침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등과 목까지 칼칼해지니 덜컥 두려움. 새벽까지 버티다 버티다 백기들고 투항한 일지.
병명 : red, itchy raised skin lumps & ...

PM 7시 30분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살짝 몸 군데군데 빨갛게 두드러기가 하나둘 생겼다.
어제 무리한 산행으로 무릎도 이상이 생겼는데, 산행내내 흠벅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있어서 땀띠가 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땀띠라면 시원하게 잘 말리는게 중요하니 일단 소금물로 간단히 샤워하고 헐렁한 옷을 입어보자.

PM 8시 30분
두드러기가 복부에서 엉덩이를 거쳐 종아리까지 생기고 겨드랑이와 팔꿈치 안쪽까지 번졌다.
'아! 어제 정말 무리했구나'. 오랫동안 안했던 운동이라 가볍게 생각했고 물조차 부족해서 나중에는 탈수증세까지 나타났으니 땀띠가 나올만하지..
너무 당연한 일인것 같아 차가운 물로 다시 샤워를 하고 가벼운 고연제를 발라준다.

PM 9시 30분
하나둘씩 나오던 두드러기가 합체를 시도했다. 조그맣던 무인도들이 조금씩 몸집을 불려 커다란 섬으로 변해간다. 아직은 견딜만 하니 내일 일찍 병원을 가기로하고 조금만 더 참아본다.

PM 10시 30분
조금 심하게 가렵기 시작한다. 이상한듯 하여 인터넷을 뒤져본다.
땀띠는 아닌것 같고 식중독이나 알러지 반응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저녁을 내가 준비했으니 식중독이라면 아들도 같은 증상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는 여지껏 알러지 반응 인자가 없었기에 예방차원으로 매실 원액 200ml를 원샷하고 더 번지는지 확인해보려고 몸 군데군데(아직은 말짱한 곳들)에 네임펜으로 표시를 해둔다.
(내가 도살장 고기처럼 느껴지는 순간 ㅠ)

PM 11시 10분
허리에서 종아리까지 하나의 대륙으로 되어버렸고 겨드랑이에서 손목까지 하나의 대륙을 이룬다.
대륙 중간중간에 우둘투둘한 봉우리들도 느껴진다.
표시해둔 좌표를 조금씩 침범하는 모습에 일단은 병원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차의 시동을 걸었다. 동네를 빠져나오다보니 찬바람을 쐬서인지 가려움이 덜하다.
빨갛게 솟아오르던 덩어리들이 조금 잠잠해 지는 것 같다.
'그래 이제 괜찮아지겠지' 차선을 돌려 돌아왔다. 주차를 하고는 축축한 공기를 들여마시며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AM 0시 10분
한결 가려움이 덜해서 '잠이 들면 좋아지겠지' 생각하고 어려운 책 한권을 폈다. 잠이 온다. 참 쉽지만 다행이다. ^^

AM 1시 20분
바닥에 붙어있던 등이 너무 가려워서 잠이 깨버렸다. 목도 가렵고 칼칼하다.
불을 켜고 거울을 보았다.
헛! 목에서 손목, 발목까지 모두 연결된 하나의 대륙이 완성되었다. 아까 1339(응급의료정보센터)에 문의했을때 기관지나 호흡쪽에 문제 생기면 구급차를 연결해 준다고 했는데 전화를 다시 할까 하다가 아직은 숨쉴만 하니 직접 가야겠다.
시동을 걸고 새벽 짙은 안개속을 뚫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 자발적으로 응급실에 들어갔다.

AM 2시
역시 일년에 한두번 먹을까 말까한 약인지라 약발이 잘 받았다. 주사 2방 맞고 5분만에 가려움이 사라지고 숨쉬기 편해졌다. 약을 받고 다시 새벽 짙은 안개를 헤치고 무사귀환.

댓글 2개:

  1. 무척 고생하셨군요. 이런 증상엔 대개 스테로이드계 주사를 맞으면 증상이 거의 즉시 멈추고 회복이 되더군요. 완쾌하셨는지 궁금합니다.

    (Poison Ivy등 독초에 닿았을 가능성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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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두방과 항히스타민 처방 받았습니다. 며칠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약을 안먹었더니 살짝 다시 생기네요. 아마도 신경성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검사 한번 받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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