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2011

귀신 << 1부

누구나 한번쯤은 귀신을 본 적이 있을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본 것이 귀신이였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2번 귀신을 만났다. 귀신이라하면 의례 미신이거나 아니면 나쁜 혼령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왜냐하면 내가 보았던 귀신은 내가 아직 숨쉬고 있도록 만들어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그 존재를 만난건 월악산 영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서이다. 눈이 많이 내려서인지 등산객이라곤 볼수 없었던 겨울산은 일찍 해가 져버리니 서둘러 하산하는 길이였다. 빽빽한 소나무숲 사이를 지나는길에 잠시 눈위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을 하려고 할때였는데 앞쪽 나무 사이에서 무언가 삐쭉 고개를 내미는게 있었다.
분명 사람의 형상이였는데 그날 산행에서 올라가는 길이나 내려오는 길에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그곳에 사람이 있을리는 만무했다. 자세히 보니 그 모습은 분명 사람의 형상이지만 빛이 나고 있었다. 무슨 빛이라고 딱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옅은 연두색 빛이였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것은 그것이 전혀 두렵거나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변에 사람 그림자도 안보이는 산속에서 나 혼자인데도 말이다.
잠깐동안 그 존재는 나무 사이를 오가며 내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나와 장난을 치려는 듯이 말이다. 너무 부드러운 움직임이였고 그 존재는 나를 보고 미소지으며 그렇게 함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그 빛은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난 나무에 그대로 기대 앉아있었고 사방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대략 1시간정도 지나있었지만 더욱 놀랐던건 내가 들고 있던 컵에는 여전히 커피가 따뜻했다는 것이다. 한시간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그 경험에 대해 더이상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상한 경험이였지만 그 부드러운 미소와 내가 보았던 그 빛은 한동안 내 머릿속 남아있었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면서 난 그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 빛나는 존재를 다시 만난건 몇 년이 흐르고 한겨울 설악산에서다. 난 다시 그 연두빛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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