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2011

설악산

1980년대 말. 겨울산에 한참 미쳐있을때였다.
특별한 겨울용 장비도 없지만 그저 눈이 한바탕 내리는 날이면 새벽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고속버스를 타러 갔던 오래전 기억들.
지금이야 히말라야도 다녀올수 있을만큼의 좋은 장비들도 손쉽게 구할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장비들은 너무 고가였고 내게 있는 산행장비라고는 보온을 위한 백양 3중 보온메리와 오리털 파카 그리고 겨울산의 필수품인 아이젠뿐이였다. 그것도 고작 4발짜리.
버너도 당시는 가스버너는 거의 없었고 기름버너(알콜로 예열하는)뿐이라 무거웠다. 음식물도 지금처럼 간편한 레토르트 식품이 없어 감자, 양파, 쌀과 같은 부식을 한가득 짊어지고 가야만 몇일간의 산행이 가능했다. 그러기에 배낭의 무게는 늘 가녀린 내 어깨를 짓눌렀다.

설악산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코스가 있다.
천불동 계곡을 타고 오르다 죽음의 계곡 코스로 대청봉까지 가는 코스와 일행을 만나는 경우는 공룡능선을 타는 코스다. 두 곳 모두 말로 표현할수 없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코스다.
당시에 만났던 동국대 산악부 다람쥐형, 명일여고 수학샘, 이태원 뉴욕피자 지배인님, 방배중학교 마유미누님, 그리고 정체를 알수 없었던 산적형님들이 기억난다.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는걸 보니 후후..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 1988년. 대청봉을 내품에(위), 마유미누님과 대포항에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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