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2011

생일

아이의 생일이라 전에 본 영화에서처럼 하나는 아이의 생일을 위해, 다른 하나는 키우느라 정성을 다했던 나자신을 위해 케잌 2개 준비해서 짝짝짝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친척분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들려왔다. 이런..
어머니를 모시고 장례식장에 가면서 어떻게 해야할까.. 계속 머릿속이 복잡하다. 생일인데 장례식장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착해서 늦게까지 저녁도 못먹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니 불빛들은 반짝이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어디론가 가고있다.

PM 9시. 시내 한복판에 서있는 아이와 나.
이 시간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담배연기 자욱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것도 이상해 보이고(내 선입견이겠지만)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는건 더 처량해 보일텐데 뭐가 좋을까 둘러보던 중 조그마한 Subway가 눈에 띈다.
그래. 햄버거 좋아하는데도 잘 안사줬으니 생일이니까 한번 사주자!!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를 다 먹고는 '아~ 맛있다. 고마워 아빠~'하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아직 어머님이 나오기에는 멀었으니 후식으로 건너편에 있는 BR31으로 가서 아이스크림 케잌으로 짝짝짝을 해줄까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미안하지만 포기 ㅠ.ㅠ
그래서 그냥 이름도 복잡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시키고 한쪽 테이블에 앉아 녀석이 먹는걸 지켜본다.
PM 9시 30분.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는 아이와 나.

휴~ 마음이 텅 비어버린 하루.

댓글 3개:

  1. 감사합니다. 제 생일때보다 더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찌된 노릇인지..^^; 그리고 저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30점짜리 아빠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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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드님 생일을 추카합니다!

    제가 봐도 좋은 아빠 맞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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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남들에게 좋은것만 보여주다보니 좋은아빠가 되버리네요.
    앞으로는 포장을 좀 벗기고 보여드려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보실수 있을듯..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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