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2011

[음악]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나에게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아주 작은 조각뿐이다. 물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 내 아버지가 돌이되기 전에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기억이 있을 수 없다.
할머니에 대한 아주 작은 조각의 기억 역시 반쪽뿐이다. 친할머니 역시 돌아가셨는지 도망가셨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아버지를 키워주신 분은 어느 절의 보살님이셨다고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그 분이 계신곳을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셨던 아버지의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버지는 이제 어느정도 먹고 살만큼 자리를 잡았고 아들 3명이나 있다는걸 보살님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였을게다.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반쪽뿐이라는 것은 외할머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 내 기억에 외할머니의 얼굴은 남아있고 어릴적 일년에 한두번 뵐때면 늘 내 엉덩이를 토닥거리시며 '에구. 내 새끼' 하시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리 할머니에 대해 호의적이지 못했다.
아마도 사람은 자주봐야지만 좋아지고 정이 드는 이유가 아닐런지.. 아니면 지금처럼 내가 사람에 대한 정 붙임이 어려웠을수도..

가끔 Lucid Fall의 이 노래를 들을때면 나에게 다시 할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잠들기전 이어폰을 통해 부드럽게 전해지는 따뜻함에 눈물이 흐른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동경, 수 많은 그리움들이 사무치는 하루다.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Lucid Fall>


초겨울 추위도 무시 못할만큼 매섭던 나의 어린 바닷가
여름엔 바지락 겨울엔 굴을 따다 채운 가난한 호주머니
시골의 장터 오늘은 일요일 해뜨기 한참도 전 대야를 이고 향하는
할머니의 꿈 우리 건강한 꿈 빌고 또 비는 할머니의 꿈


채 익지도 않은 300원짜리 수박에도 우린 기뻐했었지
몹시 아프던 날 나를 들쳐업고 달리던 땀에 젖은 등자락
이제 난 알지 돌아가셨어도 나에게 누나에게 살아있음을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숨쉬는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시골의 장터 오늘은 일요일 해뜨기 한참도 전 대야를 이고 향하는
할머니의 꿈 우리 건강한 꿈 빌고 또 비는 할머니의 꿈
할머니의 꿈 우리 건강하도록 빌고 또 비는 할머니의 꿈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댓글 2개:

  1. 작더라도 할머님의 기억이 imbackpacker님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 같네요. 귀한 기억이니 잘 간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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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희미하지만 고이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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