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2011

빛바랜 사진 한장

앨범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들에 눈길이 머문다.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은 사진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온만큼의 시간은 그곳에 남아있는듯하다.
사진을 볼때 조금 특이한 나의 버릇이 있는데 그건 사진속에 있는 나를 보는것보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는것이다.
가끔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와 함께 그 공간에 머물렀던 그 누군가가 찍어줬던 그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사진속의 나는 앞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활짝 웃기도하고 찡그리기도했다. 누구였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었지? 어떤 기분이였을까?
정확한 기억을 끄집어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며 오래된 사진을 한장한장 넘기다보면 과거의 추억 언저리가 만져지는듯 하여 좋다.

그런 느낌도 좋지만 그보다 더 기쁜일이 한가지 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은, 버려야 하지만 차마 버릴수없는 사진들을 아주 우연찮게 만나게되는 일이다.
접착식 앨범이 아니라 포켓식 앨범이라면 더 가능성이 높다. 전면 사진에 가려져있는 숨겨진 사진을 발견할때 느끼는 황홀한 기분은 아마 느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오늘. 한장의 빛바랜 사진을 찾았다. 1990년대 프랑스 어디쯤에선가 활짝 웃으며 함께 찍었던 사진을..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 내 머릿속에선,
'가만있자.. 찍어준 사람이 누구였더라...'

▶▶ 1992년 '인구'에서..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