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4/2011

건망증

모기가 잘 무는 체질이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유독 나만 긁적거리기 일쑤인데 다행스럽게도 올 여름이 지나는동안 집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아들 녀석도 나와 같은 체질이라 모기가 잘 탄다. 물리고나면 간지러워서 긁기 마련인데 잘 참고 안 긁어 상처는 안나지만 약간의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많이 붇고 물집이 생긴다.
그래도 올 여름동안 많이 안물려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 자다가 일어나서 징얼거린다. 살펴보니 발바닥을 3곳이나 물렸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져 물지 못한다고 하는데 백로마저 지나 아침저녁 찬바람이 부는 이때 모기에 물리다니.. 일단은 약을 발라주고 다시 재웠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한 왱왱거리는 모기소리가 싫어 일어나 살펴보니 모기가 있다. 2마리 잡고는 이제 없겠거니하고 맘 놓고 누웠는데 왠걸 또 왱왱거린다.
여름내내 없던 모기 왜 지금? 어디 방충망이라도 열려있나싶어 앞뒤 베란다를 살펴보니 아뿔사!
앞베란다 방충망 하나가 활짝 열려있다.
어머니가 낮에 방충망 밖으로 토란대를 널고 문을 안 닫으신거다. 급하게 문을 닫았지만 그동안 들어온 모기 걱정에 일단은 모기향을 이곳저곳에 놓았다. 눈에 보이는 모기는 잡았고 매콤한 모기향 냄새 때문에 물리지는 않겠다 싶었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에는 늦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책상에 와 앉아서 이것저것 꼼지락 거리는데 불현듯 얼마전에 일이 생각났다.
집에 있는 무선 전화기가 없어져서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없었는데 냉동실안에 들어있는 전화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 어머니께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누군가 그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우스개 소리로만 여겼는데 내 어머님께 그런일이?
아직 정정하신데 혹시나 혼자 걱정하실까봐 말씀은 못드릴 것 같다.

나이에 상관없이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건 당연하다.
이런 단기 건망증이라면(심하지 않을 경우) 별걱정하지 않겠지만 연세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이 낮아지는거라면 어찌해야 될까?

늦은 밤. 밝은 달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려본다.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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