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2011

강남에 산다는 것

나 자신을 돌아본다. 참 개인적이었다. 좋은말로하면 ego가 강한것이고 나쁜말로하면 selfish다.
몇 일전 20년지기 친구와의 밤늦은 대화속에서 '넌 참 개인주의였어'라는 말을 들었다. 조금 충격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정확히 봤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지적하는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바르게 말해주니 고마웠다. 누구나 스스로는 어떤지 잘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내 개인주의도 그렇게 많이 심하지는 않았구나 위로한다. 아직 친구인걸보면 말이다.

'개인주의'라는게 타고난 심성도 있겠지만 주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향도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이였던가 모대학 교수로 있는 친한 형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강남'이라는 동네와 사람에 대한 토론을 한적이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를 보면 강남에서 배우고 자란 사람은 사회에서 최소 '실장', '본부장' 같은 위치에서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살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자주 묘사된다.
어릴적부터 유명 학원이며 개인과외를 받으며 부모가 만들어 놓은 길만 따라가다 보니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그러다 부모님 재산을 물려받거나 사업체를 물려받아 잘 살지만 세상물정은 잘 모르는 철부지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주위를 돌아보니 이런 그들이 자라면서 보고 듣고 배운것이 인간미는 별로 없지만 최소한의 교양과 지극히 편향적이지만 나름대로의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어 강남에서 자란 사람은 대부분 모든면에서 '적당히 괜찮다'라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주위를 돌아보니 그리 틀린말은 아니다. 연락되는 초중고 친구들이 몇명 남아 있지는 않지만 건너건너 소식을 들어보면 부지기수로 유학은 다녀온 박사고, 의사나 판검사고, 아버지 사업체 물려받아 사장인 녀석들도 많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자리잡고 성공한 축에 든 녀석들을 보니 '강남예찬'이 완전히 틀린말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무언의 동의는 하지만 직접 강남에 살아본 나로서는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운면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6학년부터 쭉~ 강남에서 자랐던 나는 왜 아직도 강남이란곳에 거부감이 있을까? 내 성격이 모나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태어날때 은스픈을 물고 태어나지 못했다는 프롤레타리아적인 생각이 더 강하다.
열심히 일하신 부모님 덕분에 강남에서 살게되고 겉치장은 했지만 정작 그 강남이라는 사회속에 흡수될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강남은, 부와 권력이 지배하는 철저한 계급사회였기 때문이다. 만약 나도 강남의 주류였다면 나 역시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강남의 비주류였다.
자기방어적인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문화속에서 오랜동안 머물다보니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주의가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위로해 본다. (지독한 자기 핑계일수 있다)

강남에서 산다는 것.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일이고 옳고 그름을 따질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다수가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곳이라면,
나 역시 그곳에 살면서 보고 배운게 이런것뿐이라면,
나는 '강남'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주류이건 비주류이건을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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