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2011

아들과의 여행

지난 몇 년동안 아들이 바다에서 놀아보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탓이다. 바다 구경을 해본적은 있지만 철지난 바닷가에서 그저 바다만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그래서 올해는 아들을 바다에서 놀게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과 단둘이 하루 이틀의 여행이 아닌, 몇 일간의 여행은 아직 경험이 없고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지 않을까 망설이던차에 친구가 함께 휴가 가자는 제안을 했다. 마침 제주도에 친한 삼촌들도 모여있다는 소식에 바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출발~
숙소를 정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월정리 해변으로 나갔다. 아직은 해수욕을 할만한 포근한 날씨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한적하게 아이들만 놀수 있었다.
모래성도 쌓고 바다에 첨벙거리는 모습을 보니 흐믓할뿐이다. 파도에 떠밀려온 해초류를 들고는 기뻐하는 모습이나 갯바위에서 게와 보말, 거북손을 따는것도 신기해한다.
제주도에 왔으니 배를 타고 우도도 한번 들어가야겠기에 서빈백사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모래사장에서 썬텐을 한다. 썬텐이라고 하기에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지쳐 누워있었다고 해야하나..^^

휴가가 끝난 친구가 먼저 올라행가고 숙소를 옮겼다. 한곳에 3일 머물렀으니 다른곳에서 다른 경험을 하는것도 좋을듯해서다.
하지만 예쁜 곳, 신기한 곳을 구경만 하는것은 아들 입장에서 조금 지루할것 같아 큰맘먹고 물색이 좋기로 유명한 쇠소깍에서 누드카약을 타본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약을 타고 30분을 도는데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작은 카약에서 장난치는 녀석들 덕분에 등에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바닥에 붙거나 튀어오르는 물고기며 파란 물에 손을 담그며 재미있어 한다.

숙소 마당은 넓어서 좋았다.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뒹굴며 놀기도하고, 간이 수영장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뛰노는 아이를 보니 역시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에너지를 얻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당 주위에는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유실수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서 배, 무화과를 바로 따서 먹는것도 일품이였다. 겨울에 오면 귤을 마음껏 따 먹어도 좋다는 사장님 마음씨도 곱다.

매일저녁 바베큐와 회를 푸짐하게 먹고 5박6일간의 늦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빠. 다음주에 또 가자. 내 통장에 돈있으니까 다음주에 또 가자!"
그래 아들. 다음주는 아니더라도 다음번에 또 함께 가도록 하자.

아직 어리게만 보였던 아들이 이제는 별부담없이 함께 배낭하나 메고 떠날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는게 고마울뿐이다. 고마워 아들~ 그리고 함께 놀아준 친구, 삼촌, 형아 누나들 고마워~

댓글 2개:

  1. 즐거워하는 아드님의 빛나는 미소가 눈이 부실정도네요. 좋은 시간을 보내신 것 같아 독자도 같이 마음이 좋습니다. ^^

    물빛이 정말 예술이네요, 쇠소깍이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는 몰라도.

    답글삭제
  2. 물에서 놀고 나와 2:8 가르마가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하는 모습, 제가 더 기뻤습니다. 제주의 물빛은 동남아 어느 멋진 해변의 물빛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정도 입니다. 그중 쇠소깍은 바다로 흘러드는 민물인데도 에머럴드빛이지요.^^

    답글삭제